아시아문화전당의 미래를 엿보다 어린이 문화원 편 : 뉴욕 퀸즈미술관 탐방기

아시아문화전당의 미래를 엿보다 <1>

어린이 문화원 편 : 뉴욕 퀸즈미술관 탐방기

1

2013.4월 작성, 이지영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 대학생 기자단)

요즘처럼 ‘교육’이 화두로 올라온 적이 있었을까? 적어도 내가 살아온 이십여년 간, 지금처럼 ‘교육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던 적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젊은 대학생들이나 여가생활을 미술관에서 보내는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공립미술관이건 사립미술관이건 할 거 없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이 곳, 저 곳 너무 많은 전시가 있는 요즘-. 이제는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가졌는가?’가 경쟁력이 될 만한 시대가 왔다. 마치 찾아가는 ‘서비스’처럼 문화기관이 주변 거주민들에게 먼저 문을 두드려야만 할 때가 온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기관의 교육프로그램이란 단지 선생님 한명이 와서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기관 방문객을 위한 모든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유명 작가와 여수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에 탑승하여 작가와의 토크를 진행하는 것에서부터 십대들의 박물관 도슨트 일일 체험 그리고 저소득층 지역으로 찾아가는 미술교육 버스까지 종류도, 대상도 다양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의 핵심시설인 아시아문화전당 내 어린이 문화원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사업도 물론 획기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달려야 하지만 특히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가 주요 향유층이 될 어린이 문화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교육’이 화두이다. 아시아문화전당 내 들어서는 5개원 중 하나인 어린이문화원은 문화예술콘텐츠를 개발 및 연구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될 예정이다. 어떻게 ‘교육’해야 아이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이 사회에 밝은 영향을 미칠까?

2

퀸즈뮤지엄 앞의 유명한 조각물인 unisphere
3

퀸즈뮤지엄 전경 (출처: http://www.queensmuseum.org/events/special-needs)

4

퀸즈뮤지엄의 파노라마

그런 의미에서 미국 뉴욕의 퀸즈 뮤지엄은 기관에서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범적으로 제시 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이다. 퀸즈뮤지엄 내 교육팀 <Art Access>팀은 다른 미국 내의 미술관 처럼 이미 80년대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진행해왔고, 2009년에는 미국 미술교육 협회에서 상을 두 차례 수여 받기도 하였다.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그 곳을 방문했다.

5
퀸즈뮤지엄의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은 우선 뮤지엄의 대표 소장 작품인 ‘파노라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파노라마는 뉴욕 시 전체를 축소시켜놓은 미니어처인데 뉴욕 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서인지 크기가 매우 방대하다. 미술관에 들어선 관객들은 모두 그 광경을 보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리고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그 때 그 때 전시에 맞게 구성되어진다. 보통 관람객들이 신청하면 미술관의 스튜디오에서 파노라마나 다른 전시에 대해 공부하고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게 끔 이뤄져있다. 뉴욕시 전역의 초중고 학생들이 들러서 체험하고 가는 코스이다. 또한 <New Newyokers>프로그램에서는 이민자들을 위해 그들의 언어가 지원되는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스쿨프로그램은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이 미술관에서 봉사를 하고 배우는 시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교육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중 하나는 ‘미술 치료’ 교육 부분이다. ‘평등한 미술교육’을 모토로 장애아동들에게 특화되어 있고 특히 자폐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세분화되어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자폐성을 지니고 있는 자녀들을 둔 가족들이 함께 미술관에 방문하여 참여하는 뮤지엄 탐방 프로그램인 ‘Museum Explorer’와 십대 중후반을 대상으로,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다른 곳에 가있 되, 아이들만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Spinnarz Club’이 있다. 미술관은 대중을 위한 곳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아직도 쉽지 않은 공간이고 더욱더 그들의 참여를 관장하기 위해  전시 동선이나 작품의 배치를 휠체어에 맞게 디자인해서 디스플레이 하거나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실제로 뮤지엄에선 에듀케이터들이 시각장애아동들이 어떻게 작품을 볼 수 있을지 입체적인 체험물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기는 모습이나 서로 열정적인 토론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8

뮤지엄 내 스쿨 프로그램 진행 모습

6

자폐성 아동들의 미술 체험 시간

7

자폐성 아동들의 창의적인 작품들

하지만 퀸즈뮤지엄의 교육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직접 뮤지엄의 전시를 들고 학교에 방문하기도 하는 데, 프로그램 이름은 ‘팝 업(Pop-up)’뮤지엄이다.

팝업뮤지엄 활동 모습; 공립학교의 자폐성을 지닌 아동들을 위해 고안된 팝업 뮤지엄 프로그램

공립학교의 각 반에 있는 자폐아동들을 위해 고안 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은 뮤지엄에 와서 전시를 보기도 하고, 또는 에듀케이터 들이 작품을 인쇄해가거나 표본물들을 만들어 학교로 직접 가지고 가서 아이들이 만지고, 그리고 체험활동을 하게끔 한다. 아이들은 단어공부를 위한 수업 교재 자료들을 통해 범교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은 너무 행복해하며 자신들의 내면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 내 빈 교실에 아이들을 위한 뮤지엄이 생긴다니, 정말 멋진 아이디어가 아닌가?

9

파트너쉽 갤러리 모습

다시 뮤지엄으로 돌아와 보면, 미술관 내에는 특별히 교육팀을 위한 갤러리가 있다. 위에서 말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이 곳에서 전시하여 자폐아동들의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상기시키고, 또한 다른 지역의 자폐아동들이 만든 작품을 가지고 와 전시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천천히 구경을 하며 장애아동들이 만든 작품들의 창조성과 경이로움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
지난 6일에는 자폐아동의 부모님들의 아이들과 세상을 담은 사진 전시와 오프닝이 있었고 많은 부모님과 관람객들이 찾아 미술프로그램들을 즐겼다. “아이뿐만 아니라 제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치료가 되요.”라고 진심 어리게 말하던 부모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10

지난 4월 6일 열린 my heat’s lens 전시 오프닝 모습

지역사회의 작은 미술관이 그 지역의 기관들과 연계를 맺고 주민들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또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장애인들을 위한 뮤지엄 협회 등에 가입되어 있고 많은 세미나와 토론을 하며 미국 내 미술관 수평적인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을 자주 갖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내 5개원 중 하나인 어린이 문화원은 광주광역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한국 그리고 나아가 아시아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어린이의 교육현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화두는 수평적인 교육과 주체성에 있다고 믿는다. 끊임없이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다양한 계층이 교육을 평등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가치’를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심사숙고 또한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뭔가를 체험하고, 즐거워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아시아’의 가치를 교육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뮤지엄, 공공기관들의 네트워크를 주최하는 담론 생성의 장이 되어야한다.

11

지하철 공연의 사진

“미국은 나폴레옹이 발견 한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원주민들이 발견했었다! 이 사회는 진실을 가르치지 않는다!”라고 전통 원주민 음악을 공연하며 울부짖듯 소리치던 그들의 공연 옆에서 그들과 똑같은 생김새를 한 어린 꼬마아이의 동그란 눈이 생각이 났다. 어찌나 숨죽여 가만히 그 공연을 지켜보고 있던지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차별받고, 동등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원주민족들의 힘든 현실 속에서도 그들의 민족적 자부심과 정체성을 배우고, 보고 있는 그 아이의 눈동자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진정성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란 진정한 가치 그리고 그것을 전할 수 있는 평등한 교육을 말하는 것 아닐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심장부인 아시아문화전당, 그리고 그 안에 들어설 어린이 문화원에서도 이와 같은 희망을 볼 수 있길 소망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