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예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인 미술관에서 ‘커뮤니케이션’은 늘 화두다. ‘나눈다.’는 의미의 라틴어 ‘Communicare’에서 유래한 용어 커뮤니케이션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완성되는 단어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공유하는 ‘소통’의 과정이 필수적인 것이다.
본 기사 시리즈 ‘미술관과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연구, 수집, 보존, 전시 등 미술관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사람이 직접 참여하여 즐기고 배움을 얻는 행사, 주요 공공 프로그램(Public Programs)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기관은 2000년 개관한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이다.


주황색의 배너 위 “테이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큰 글씨로 세계의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테이트 모던. ‘테이트’는 1897년 영국의 예술작품 컬렉션을 소개하는 곳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까지 네 지역의 랜드마크 미술관으로 성장하였다. 이처럼 테이트는 명실공히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브랜드로서 1500년대부터 지금의 시대까지 아우르는 70,000개 이상의 방대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테이트의 입장료는 특별전을 제외하고는 무료이다. 테이트 모던 내 장소마다 배치 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전시, 즐길 거리, 프로그램 소식 등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재 테이트 공식 웹사이트(http://www.tate.org.uk/)의 실시간 행사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메뉴인 ‘What’s on’섹션에 접속하면, 무려 240여개의 프로그램이 리스트에 올라와있다. 테이트 모던은 런던 시내에 전기를 공급했던 건물의 역사를 반영하듯, 시민의 시각 문화 감각과 문화적 식견을 밝게 비추는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시간 별 큐레이터의 전시 투어는 물론이고, 전문 가이드가 수화로 진행하는 투어, 미술 관련 직업상담 페어, 페미니스트 독립 잡지의 편집장 토크 등 동시대 시각문화의 키워드와 전시와 관련된 특색 있는 콘텐츠로 구성 된 무료 워크샵이 가득하다. 유로로는 전시 연계 드로잉 수업, 현대미술 큐레이팅 강의 코스, 전시 주제와 어울리는 레스토랑 세트 메뉴와 입장권 결합 티켓을 판매하기도 한다.
TATE EXCHANGE(테이트 익스체인지)
“A space for everyone to collaborate, test ideas and discover new perspectives on life, through art.”(모두가 협업하고,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예술을 통해 삶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공간.)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가장 띄는 프로그램은 ‘TATE EXCHANGE’이다. 테이트 모던 Blavatnik 빌딩 5층 TATE EXCHANGE의 공간에 들어서면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TATE EXCHANGE는 60여 곳 이상의 공공 기관과의 파트너쉽, 작가와 함께 운영하는 공공 프로그램으로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 시간 내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예술을 통해 우리 삶 속에서 만들 수 있는 변화를 고민하며, ‘정의하지 않음’을 표방하는 TATE EXCHANGE는 그 해 테마에 따라 테이트 컬렉션, 예술가, 파트너, 대중과 함께 매일 새로운 행사를 만들어간다(홈페이지 또는 미술관 벽의 What’s on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기관이나 예술가가 강의를 제공하는 성격의 행사는 아니다. 예술가는 TATE EXCHANGE의 공간 안에서 자신의 작업에서 공공성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고, 참여자는 능동적으로 참여 할 수 있다. 올해 TATE EXCHANGE의 주제는 ‘Production’이며,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일상에서 만들고 망가뜨리는 과정을 고민해보는 ‘MAKE OR BREAK’, 런던 커뮤니케이션 대학의 사진과 소셜미디어를 참가자와 함께 토론 해보는 ‘Stop the Flow’, 영국 트리트니 라반 예술대학의 예술, 음악, 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떻게 되는지 고민해보는 ‘CREATIVE COLLISION II’ 등이 눈에 띈다.
“가능한 다양하고 넓은 범위의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TATE EXCHANGE의 주요 목적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작품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며, 참여 관객들은 어떤 것을 참고해야하고, 무엇을 기대해야하는 지 모릅니다. 그 것이 TATE EXCHANGE의 장점입니다.” TATE EXCHANGE의 프로덕션 어시스턴트인 조지 라이너 로우(George Rayner Law)는 말한다.

10대의 젊은 안무가들은 TATE EXCHANGE 내 여러 공간에서 게릴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관중에게 질문과 조언, 피드백을 요청한다. 참여 관객은 가벼운 첨언부터 심도 깊은 질문까지 다방면으로 대화에 참여한다. 한편, 참여 안무가이자 무용학교 재학생인 죠수아 크레이기는 오늘 공연을 선보인 경험은 안무가로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에, TATE EXCHANGE에 등록했습니다. 안무가로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제 커리어 인생 일대의 기회인 것 같아요. 완성된 작업을 선보인 것은 아니지만 과정 속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협업하고, 음악가와 함께 어떻게 일할 수 있는 지 배웠거든요.”
‘관객과 잘 통하였는가?’는 이러한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질문이다. TATE EXCHANGE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알고 있는 운영 스텝과, 삶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예술가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관객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미술관 입구부터 TATE EXCHANGE의 공간까지, 세심하게 개인단위, 가족단위, 커뮤니티 단위로 관람객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테이트 모던의 부단한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이지영 작성. 2018년 2월 19일
*본 글은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섹션에 http://www.mdart.co.kr/read.php3?aid=15209294433069001 에 편집/감수를 거친 후 2018년 3월 13일에 업로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