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 문화 센터 전경 © Photo 2018 이지영
아름다운 도시 파리, 그 곳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커피와 크로와상 향이 가득한 파리 골목 사이를 걷다 ‘퐁피두 센터’에 도착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입장 대기 줄이 보인다. 프랑스어는 물론이고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대기 줄 안에서 들리는 언어도 다양하다.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 ‘파리’ 중심에 자리한 현대미술관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려고 하는 풍경은 이상할 것도 없다. 파리의 상징 에펠타워, 몽마르뜨 언덕 등을 찾아 전 세계에서 찾아온 꿈 많은 여행자들의 중간 쉼터가 바로 이 곳인 것이다. 파리 ‘퐁피두 센터’. 존재 자체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홍보팀은 얼마나 즐거울까?

퐁피두 센터의 공식 명칭은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 문화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Pompidou)로 1977년에 완공되었다. 지상7층 지하1층 규모로, 넓은 외부 광장 위 거대한 철골, 배관 등 건물과 벽 내부에 있을 법한 구조물들이 밖에 드러나 있어 주변의 역사적인 건축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투명한 튜브형 구조 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가면 파리 시내와 유명 관광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는 풍경에 풍미를 더해준다. 다시 차례대로 층을 내려오면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 세계 최고의 20세기 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근대미술관과 도서관, 시네마, 음악 연구소등이 차례대로 펼쳐진다. 독특한 구조의 센터 안에 있다 보면 넓은 유리 벽 밖으로 보이는 도보자의 걸음마저 예술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층마다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햇빛이 가득한 복도를 거닐다가 발코니에서 파리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 미래의 시각문화예술 향유자를 길러내는 작은 공간
‘어린이 갤러리(GALERIE DES ENFANTS)’

퐁피두센터가 위치와 존재, 건축 스타일만으로 사람을 끌어 모은다고 문장을 마치기에는 소개하지 못한 흥미로운 프로그램과 소통방식이 많다. 글로벌 음악 유통 플랫폼인 사운드 클라우드(Sound Cloud)에서 전시에 맞춘 음원을 선보이거나 인기 캐릭터와 협업하여 책을 제작하는 등 감성적인 이미지로 특유의 브랜드를 구축해 나아가고 있는 퐁피두센터. 그 중에서도 어린이와 그 가족이 현대미술을 실험하고 체험하며 시각문화의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인 ‘어린이 갤러리(Galerie Des Enfants)’는 퐁피두센터가 관람객에게 선사하고 싶은 영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Kid-Friendly(어린이 친화적)”전시를 운영하는 어린이 갤러리는 일 년에 두 명의 현대미술가와 협업하여 어린이가 시각예술가, 건축가, 무용가, 디자이너 등 작가의 세계를 탐험하고 창의적으로 시각문화를 즐기는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다.
따로 어린이미술관, 어린이 교육공간을 운영하는 문화기관과 비교해서는 작은 공간이지만, 현대 작가와 협업하여 체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 어린이와 함께 즐거운 소통

지난달까지 어린이갤러리에서는 중국 출신의 작가 리우 볼린(Liu Bolin)과 함께한 전시가 열렸다. 공간 어딘가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The Invisible Man)’이 숨어 있다. 리우 볼린은 이 사회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버리는 현대인의 비극을 표현하기 위해 사회,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숨기는 작가이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어린이는 그의 ‘위장’, 또는 ‘숨기’라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숨을 수 있는’ 공간의 배경을 찾아 사라진다. 즉 직접 옷을 골라서 자신이 선택한 옷과 같은 패턴이 그려진 배경을 찾아 가보는 것이다.

어린이 갤러리 상주 도슨트는 어린이와 참여가족에게 상세하게 작업의 컨셉과 참여방법을 설명한다. 한 쪽 벽에는 쉬운 언어로 작가의 그간 작업 이미지와 전시주제가 적혀있다. 참여하는 가족은 퐁피두센터의 다른 전시보다도 어린이 갤러리 때문에 아이와 함께 주기적으로 기관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색다른 색깔, 형태를 직접 체험하고 만지는 것을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동시대 작가의 이름을 익히고 그의 개념과 작업을 배워보는 것은 덤이다.
기관의 비전을 담은 어린이 친화적인 공간과 전시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현대미술과 시각문화를 즐기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Kid-Friendly” 콘텐츠는 미술관 소통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한다. 어린이를 환영하는 문화기관이 결국 모두가 사랑하는 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 글은 무등일보 월간지 아트플러스 4월 호 원고原稿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