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for Media | Museums and Communication – the Design Museum, UK[무등일보 기고] 미술관과 커뮤니케이션(3) 런던 디자인뮤지엄

[사람과 예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인 미술관에서 ‘커뮤니케이션’은 화두다. ‘나눈다.’는 의미의 라틴어 ‘Communicare’에서 유래한 용어 커뮤니케이션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완성되는 단어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공유하는 ‘소통’의 과정이 필수적인 것이다. 세계 미술관은 어떻게 관객과 소통하는 지 들여다본다.]  

(c) 사진 2018 이지영 2016년 템즈강에서 켄싱턴 지역으로 옮겨 새로 개관한 런던 디자인 뮤지엄

“디자인을직접경험하고 사유하는 곳”


 2016년 11월 템즈강에서 켄싱턴 지역으로 옮겨 새로 개관한 런던 디자인 뮤지엄. 켄싱턴 지역의 자연사 박물관,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 과학박물관 등과는 비교했을 때는 작은 규모이지만, 20세기 산업혁명 이후 근현대적인 디자인 컬렉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 부터 2층 버스, 검은 택시, 국기를 응용한 각종 상품 등 영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의 연원과 역사를 다룬다. 이미지는 영화, 광고, 드라마 등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의 대중들의 머리 속을 유영하는 데, 이는 곧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경쟁력이 된다. 전반적인 산업분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각 나라도 디자인 뮤지엄을 새로 짓거나 확장하여 재개관을 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또한 디자인 산업의 구심점으로서 영국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편, 우리 나라의 경우 대림미술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예술의 전당 등 디자인 관련 전시를 하는 기관은 있으나 디자인 사에 기반한 전문적인 컬렉션과 허브역할을 하는 국립기관은 없는 실정이다. 2023년 세종시에 최초의 ‘국립 디자인 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디자인 뮤지엄의 공식 홈페이지(https://designmuseum.org)는 한문장으로 기관의 비전을 명시하고 있다. “For everyone to understand the value of design(모든 사람이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디자인의 정의를 설명하는 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문장은 “Design is not only about things, but about what they do and what they mean.(디자인은 사물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과 그들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이다. 디자인의 현상을 넘어 디자인이라는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문장으로 디자인 뮤지엄이 추구하는 방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디자인 뮤지엄 내에는 크게 영구 소장품을 선보이는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 그리고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 도서관, 디자이너를 위한 스튜디오, 카페, 레스토랑, 뮤지엄 샵 등이 있다.



“기관의비전이곧교육프로그램의역할” 

(c) 사진 2018 이지영 무료 상설 전시 “Designer Maker User” 전시장 입구
(c) 사진 2018 이지영 상설전시 <Designer Maker User>를 관람하고 각자 추가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 전공의 고등학생들.


디자인 뮤지엄은 스스로 기관을 ‘21세기 디자인 교육을 위한 캠퍼스’로 명명한다. 현대 지역에서 세계까지 광범위한 문제를 디자인의 가능성으로 도전한다. 다시 말하면, 디자인 오브제를 전시하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인 태도’가 무엇인지 계속 해서 관람객이 고민할 수 있게 만든다. 전시장 곳곳에서 대중에게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지’,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 묻는 배너를 발견할 수 있다.
           

(c) 사진 2018 이지영 대중에게 질문을 던지는 전시. ‘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
c) 사진 2018 이지영 상설 전시 관람 후 활용 할 수 있는 교육자료집이 전시장 출구에 배치되어있다.

디자인 뮤지엄의 대표적인 무료 상설전시인 <Designer Maker User>는 무려 1000개 넘는 20-21세기 작품들을 전시한다. 디자이너, 창작자, 사용자의 관점에서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전시이다. 디자인의 기초 개념부터 크라우드 펀딩이나 메이커스 무브먼트와 같은 동시대의 흐름까지 고루 익힐 수 있어 디자인 산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는 완벽한 교육 콘텐츠를 자랑한다. 전시를 다 보고난 후에도 인터랙티브한 전시 후 활동 교육자료를 접할 수 있다. 디자인 뮤지엄 내 스와로브스키재단 학습센터(Swarovski Foundation Center for Learning)는 모든 배경, 연령 및 관심사의 사람에게 1시간부터 3일 코스까지 다양한 종류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교과과정에 의거하여 전시와 관련된 소개를 듣거나 디자인 실무 워크샵에 참여하는 등 참여 그룹의 의사에 따른다. 
특히 디자인뮤지엄 학생 상(The Design Museum Student Awards)을 제정하여 우수한 디자인을 고안하는 참여 팀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는 데,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안에서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이 큰 점수를 얻는다. 이는 창의적인 사고로 전문 기술을 발전시키고, 디자인 과정을 실제로 체험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전문 디자이너들과 함께 워크샵에 참여할 수 있다. 디자인 뮤지엄은 미래의 디자이너, 디자인 향유자를 길러내는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성인 대상으로는 디자인을 주제로 한 사회적 이슈, 혁신적인 디자이너와의 대화, 디자인 역사 등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디자이너를 위한특별한레지던시프로그램”

(c) 사진 2018 이지영 디자이너 인 레지던스(Designers in Residence) 프로그램 전시장 입구

디자인 뮤지엄은 기관의 특성을 살려 ‘디자이너’가 대중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 ‘디자이너 인 레지던시’를 운영한다. 2007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45명의 디자이너가 거쳐갔다. 참여 디자이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녔는지와 장차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반으로 선정되며, 프로그램은 디자이너에게 일상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실험과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자는 주어진 테마에 따라 각자 창의력을 발휘하여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디자인뮤지엄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여 영감을 얻으며, 네트워크와 실무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  
 방문객은 디자이너 인 레지던시 전시공간에서 참여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개발 과정과 실제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다. 디자이너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경험하며 동시대 디자인의 트렌드와 주요 쟁점을 배우고, 디자이너는 대중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늘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다.
 디자인 뮤지엄은 디자이너가 거쳐가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이 산업별 전문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디자인 뮤지엄이라는 특별하고 구체적인 공간에서 관람객들과의 소통 과정을 통해 디자인적 태도를 갖춘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매년 9월 이면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열어 세계의 ‘디자인 수도’로서의 런던을 홍보하고 자축한다. 2017년의 경우 75개가 넘는 나라에서 45만명의 관람객이 페스티벌을 찾았으며, 런던 시내 곳곳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디자인 뮤지엄 등 디자인 관련 기관과 협업하여 전시, 이벤트, 토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도시 전체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에 의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광주에서도 2005년부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국제 행사중 하나지만 이 지역에는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디자인 관련 뮤지엄은 없다. 다만 실무 교육과 페어 위주의 전시를 하는 광주디자인센터 정도만 있는 실정이다. 디자인 뮤지엄은 말한다. “Design is a way to understand the world and how you can change it(디자인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이자 당신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이다.)”라고 말이다. 우리 시대 디자인의 개념은 아직도 확장 중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고, 한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구축하는 강력한 플랫폼이 될수도 있다. 디자인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우리네 삶의 지평을 넓히고 시각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짓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역량에 달렸다. 

*본 글은 무등일보 월간지 아트플러스 5월 호 원고原稿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