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의 관람자를 동시에 생각하다
런던 바비칸 센터


바비칸 센터는 전시, 극장, 음악, 다원 예술, 무용, 영화, 교육, 컨퍼런스, 도서관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런던 최대 복합문화예술 기관이다. 그동안 미술관과 커뮤니케이션 섹션에서 소개한 문화기관 중에서도 여러 분야의 콘텐츠를 다루는 곳이자 건축 자체도 기관 정체성 성립에 중요하게 관여 했다는 점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런던의 금융 중심가인 시티 지역 내 바비칸 센터를 이해하려면 건축의 역사를 우선 살펴보아야 하는 데, 센터가 자리 잡은 바비칸 단지의 조성은 제2차 세계대전 시 폭격으로 폐허가 된 구역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시 주도의 거대 주택 복합단지 구성인 만큼 기획안을 검토, 설계하고, 짓고 1982년 개관하는 데에만 약 30년이 걸렸다. 바비칸 센터는 2,000석 규모의 콘서트홀, 1,300명을 수용가능한 극장, 갤러리, 도서관 그리고 길드홀 음악 연극 학교, 영화간, 온실 등을 갖추고 있다. 바비칸센터는 아파트 단지, 상업공간과 공용공간과 함께 브루탈리즘 건축양식 안에서 구성되었다. 20세기 후반 영국에서 유행했던 건축사조인 브루탈리즘은 ‘아름답지 않은’ 비정하고 거친 스타일의 건축이 특징이다. 폐허가 사람사는 공간으로, 거친 건축양식이 매력적인 요새 ‘바비칸’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홈페이지, 컬렉션 그리고 특별 투어 프로그램으로 접할 수 있다. 바비칸 센터는 2001년 문화부의 2급 보존 건물(Grade II Listed)로 등록되었다. 두꺼운 콘크리트와 어두운 색을 띈 격자무늬형의 독특한 건축물을 거닐다 보면 런던이라는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도시 안에서 유영하는 한마리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큰 도시에서 길을 잃어도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성역이랄까.


열려있고 또, 열려있는 곳
바비칸 센터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때 젊은 세대가 예술 이라는 분야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창의적인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것에 주안을 둔다. 따라서 사진, 영화 등 흥미로운 매체를 주제로 유료 전시도 있지만 무료로 부담없이 대중에게 열려있는 공간이 많다. 평일 주말 할 것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열린다. 칵테일을 파는 바, 무용 발표회, 영화 상영회, 독특한 물건을 파는 아트 샵, 빠른 비트 음악에 맞춰 춤추는 무대, 이곳 저곳에서 열리는 식물, 건축, 페미니즘 주제의 워크샵 등 바비칸 센터에 들어서면 사실 어느 것부터 봐야할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오픈 공간인 “LEVEL G(G 층)”로 돌아와서, 다시 쉼호흡을 하고 보고 싶은 것을 찾아 떠나면 되기 때문이다. 바비칸 센터 공식홈페이에 따르면 LEVEL G는 “모든 사람의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자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설치작품과 새로운 예술, 이벤트를 경험하는 곳”이다. 바비칸의 또 다른 열린 공간인 더 커브(The Curve) 갤러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한다. 갤러리 이름처럼 ‘더 커브’는 곡선형으로 눈썹처럼 휘어진 공간이다. 열린 공간에서는 열린 축제가 열린다.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는 복합문화기관 답게 크고 작은 수많은 축제가 열리는 데, 취재 날에는 바비칸 오픈페스트(Barbican OpenFest)가 열리고 있었다. 바비칸 오픈페스트는 바비칸의 문화공간 즉 바비칸센터, 길드홀 음악 연극학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뮤지엄등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주말 페스티벌이다. 런던 금융가 중심에 있는 바비칸 센터에서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협력의 기회와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일례로 오픈페스트 행사 기간 ‘터널 비전’이라는 디지털 프로젝션 설치를 통해 런던 금융가의 바쁜 거리와 터널을 스펙타클한 빛으로 칠했다. 공공장소의 예술적 변환을 통해 일상에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바비칸센터만의 연례 프로젝트 주제인 “변화의 예술(THE ART OF CHANGE)”에 맞추어, 오픈 페스트기간에는 반 전쟁, 성평등, 환경, 반자본주의, 사회정의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공예와 함께 다루는 크래프티비즘(Craftivism)과 같은 동시대의 흥미로운 주제의 토크 프로그램도 열린다. 바비칸 센터의 연례 프로젝트는 일종의 캠페인인데, 올해는 “변화의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적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이 시대, 예술이 어떻게 사회정치적 풍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페미니즘, 기후변화, 인권 이라는 주제를 바비칸 센터의 무대, 갤러리, 스크린과 공공장소를 플랫폼 삼아 예술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영화감독의 유투브용 영상 제작, 바비칸 센터의 ‘젊은 시인’ 그룹이 이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온라인에서도 이 캠페인으로 계속해서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바비칸센터는 동시대를 반영한 특정 주제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열린 공간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바비칸 센터의 현재와 미래, “영 바비칸(Young Barbican)”

“YOUNG(젊은)”은 바비칸센터에게 매우 중요한 단어이다. 바비칸센터는 “영 크리에이티브(Young Creatives)” 이라는 프로그램 이름 아래 젊은 재즈 빅 밴드, 젊은 사진가, 젊은 시인, 젊은 기획자, 젊은 비평가, 젊은 작곡가, 젊은 시각예술그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관련 분야의 예술적 지식과 실제 필요한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워크숍 등 다양한 일정에 함께 한다. 프로그램마다 혜택은 다르지만 구직이나 대입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바비칸 센터의 프로젝트에 실제로 투입되어 실무 능력을 쌓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위한 기본 적인 자격은 “영 바비칸”이 되는 것인데, 영 바비칸은 예술분야에 흥미있는 14세부터 25세멤버쉽이다.
영 바비칸이 되면, 극장, 무용, 예술, 음악, 영화 등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무려 50,000개 이상의 티켓이 할당되어있다. 동일한 가격으로 또래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영 크리에이티브 같은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통해 영 바비칸은 자신의 숨겨진 창의적 재능을 찾을 수 있다. 전자음악부터, 패션, 디자인, 사진 까지 “당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라고 바비칸센터는 자신있게 말한다.
바비칸센터에서 만난 영바비칸 멤버 마블(Mavel)은,
“영바비칸이 된 것은 제가 관심없을 수도 없었던 예술을 더 알 수 있게 된 계기 였고, 특히 ‘런던의 바비칸 센터’라는 장점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온 친구가 있는 데, 그 친구같은 경우는 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 보입니다. 등록하세요. 영 바비칸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14살 부터 25살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요. 또래와 예술 관련된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형성 할 수 있어서 진로 결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바비칸 센터를 누비는 영바비칸들은 영바비칸 활동은 연극, 극장 체험 같은 문화 활동으로 자신들을 이끌어 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영화 제작, 시 창작같은 광범위하고 멋진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런던과 같은 높은 물가의 도시에서 예술을 부담없이 경험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영 바비칸이라는 체계적이고 목적과 비전이 확실한 멤버십 프로그램이 주는 소속감은 런던의 젊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장점이었다. 그리고 바비칸센터는 이들이 바비칸 센터의 현재이자 미래라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바비칸 센터라는 거대한 문화 요새 속에서 자유롭게 길을 잃을 수 있는 특권. 그 특별한 경험은 영바비칸을 30년후에도, 50년후에도 바비칸으로 이끌 것이다.
글, 사진: 이지영 작성
*본 글은 무등일보 월간지 아트플러스 8월 호 원고原稿입니다. 편집 전 글입니다!